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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화라 더 가슴 아픈 영화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 2005)>

by 뽀로모로 2023.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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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1988년 일본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을 모티브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사건은 도쿄 도시마구 니시스가모의 한 아파트에 4명의 어린이만 두고 엄마가 집을 나가 보호자가 없는 6개월의 기간 동안에 생긴 유아 사망 사건에서 시작된다. 방치된 이유도 모른 채 사람들의 무관심과 배고픔 속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실화여서 더 가슴 아팠던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소개하려 한다.

 

 

사라진 엄마

엄마와 함께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아키라(야기라 유야 분). 집주인에게 인사를 하며 엄마는 자신이 백화점에서 근무하며 아이의 아빠는 외국으로 출장나가 아키라와 단 둘이 살고 있다고 소개한다. 남자 집주인은 아이가 어리면 소음 때문에 이웃에서 말이 많은데 아키라가 제법 커서 다행이라는 말을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아키라. 2개의 캐리어를 열자 그 안에서 남자아이(시게루)와 여자 아이(유키)가 한 명씩 나온다.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아이들은 즐거운 표정이다. 저녁이 되자 아키라는 집 근처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교코(키타우라 아유 분)를 데리고 온다. 사실 아키라는 엄마와 단 둘이 사는 게 아니라 3명의 동생과 함께 살고 있던 것이다. 아이가 많으면 소음 문제로 집을 구할 수가 없어 나머지 아이들을 숨기고 이사를 오게 된 것이다. 큰소리 내지 않기, 베란다를 포함하여 밖에 나가지 않기를 지켜야 할 규칙으로 하여 집에서 조용히 살게 된다. 엄마가 백화점으로 일하러 나가면 첫째 아키라는 장을 보고 요리를 한다. 둘째 교코는 빨래를 담당하며 세탁기가 있는 베란다에 나갈 수 있다. 셋째 시게루와 막내 유키는 집에서 조용히 지낸다. 어느 날 아침, 아키라는 엄마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다. 교코가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하자 엄마는 학교에 가면 아빠 없다고 왕따를 당하니 갈 필요가 없다고 대답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첫째 아키라에게 고백하는 엄마. 그런 엄마를 아키라는 아무 말 없이 바라본다. 그다음 날 엄마는 한동안 들어오지 못한다는 쪽지와 함께 약간의 돈을 남기고 사라진다.

 

가장이 된 아키라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가진 돈으로 생활해야 하는 아키라는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갔다 도둑으로 몰리게 된다. 아르바이트생의 도움으로 누명을 벗고 사장은 미안하다며 호빵을 준다. 집에 돌아와 동생들과 호빵을 맛있게 먹고 가계부를 쓰는 아키라 옆으로 교코의 손이 보이는데 엄마가 집을 나가기 전에 발라준 매니큐어는 거의 지워지고 얼마 남지 않았다. 돈이 거의 다 떨어진 아키라는 엄마와 특별한 관계였던 남자들을 만나 도움을 청하지만 도움을 받지는 못하고 얼마의 돈만 받게 된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서야 엄마가 돌아온다. 선물을 잔뜩 들고 돌아온 엄마는 아이들과 잠깐 인사를 하고 다시 집을 떠날 준비를 한다. 크리스마스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렇게 아이들은 엄마와 다시 헤어진다. 엄마를 배웅하기 전 아키라는 엄마에게 처음으로 속마음을 말하지만 나쁜건 네 아빠며 나는 행복해지면 안 되냐는 엄마의 원망 섞인 말만 돌아온다. 또다시 남겨진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엄마를 기다리지만 크리스마스에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가 일하던 곳에 전화를 해보지만 이미 퇴사한 엄마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돈은 점점 떨어져 가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이어가지만 누구 하나 엄마를 탓하는 아이는 없었다. 그저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엄마의 행방을 찾던 아키라는 엄마가 보낸 소포의 주소를 통해 전화번호를 알게 된다. 하지만 이내 엄마의 성이 바뀐 것을 듣고는 자신과 동생들이 정말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이후 아키라는 유키의 생일. 유키는 아키라와 함께 역에 가서 엄마를 기다리지만 엄마는 오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노레일을 보게 되고 아키라는 유키에게 나중에 저 모노레일을 타고 하네다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보러 가자고 한다.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아이들

엄마는 돌아오지 않고 계절이 바뀌었다. 아키라는 거리에서 만난 두 아이와 친구가 되었지만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사키라는 여자 친구를 만나게 된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키는 아키라의 집에 종종 놀러와 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키라의 형편을 알고 있는 편의점 직원이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 볼 것을 권유하지만 동생들과 떨어지기 싫었던 아키라는 이를 거절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가스와 전기가 끊겨 근처 공원의 수돗물을 사용하며 하루하루 버텨 나간다. 한번 주인아주머니가 월세가 밀렸다며 아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엄마가 멀리 일하러 갔다는 말을 듣고 그냥 가버린다.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다 된 음식을 얻어먹는 걸로 가끔 그렇게 끼니를 때우곤 한다. 한여름 더위가 극성인 날 아키라는 집을 뛰쳐나와 야구 경기를 하는 아이들을 구경하다 우연히 경기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 보니 막내 유키가 의자에서 떨어져 깨어나지 못하는 걸 발견한다. 공중전화로 달려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끝내 통화하지 못하고 그대도 집으로 돌아온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아침이 되었다.  유키가 반응이 없는 걸 확인한 아키라는 충격에 거리를 방황하다 사키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처음 이 집으로 이사 온 날 가지고 왔던 캐리어에 유키와 유키가 아끼던 물건과 좋아하던 초콜릿을 넣고 친구 사키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공항 근처로 간다. 그곳에서 유키에게 비행기를 보여주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고 정성껏 묻어 준다. 그 이후도로 아이들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영화의 메시지

엄마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상황을 이겨내며 성장하고 있다. 실제 사건은 비참했지만 영화상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사건을 접했을때 엄마의 잘못에 초점을 맞추어 비난하는 기사들 중에 동생들이 첫째가 친절했다고 진술했다고 한 신문기사를 보고 이 영화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최대한 자극적인 요소들을 사용하지 않고, 많지 않은 대사로 아이들의 손이나 발, 표정 등을 클로즈업하며 덤덤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만약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많았다면 오히려 이 영화는 실제로 있던 사건의 재구성에 그쳤지 않았을까. 오히려 이런 연출이 사람들의 마음을 강하게 흔들어 놓았다. 집이라는 좁디 좁은 공간에서 부모와 사람들의 무관심에 방치되는 아이들의 고통을 이젠 외면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아동 폭력 중 신체적 폭력과 방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의 조그만 관심이 아이의 삶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며 앞으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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