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울음으로 모든 걸 대신하던 때가 있었다. 배가 고프거나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을 땐 울음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하였던 것이다. 그러다 언어라는 것을 배우게 되어 울음 대신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말이나 표정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슬픔과 우울 등은 자신에게 좋지 영향을 영향을 끼치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쉽게 드러내어서는 안 되는 감정이며, 기쁨과 즐거움 등의 긍정적인 감정은 겉으로 드러내도 좋은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모르게 배워 왔다. 그래서 어른이 된 후에도 자신이 슬프고 우울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 수 없게 필사적으로 감추려 한다. 그렇지만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정말 나에게 어떠한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는 걸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행복한 소녀 라일리
여기는 미네소타에 사는 라일리의 머릿속.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감정 컨트롤 본부'가 있다.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는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가 살고 있다. 이곳에서 그들은 라일리의 기억을 관리하는데, 일생에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만들어지는 핵심 기억을 중요하게 여겨 다른 기억들보다 더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 라일리의 핵심기억으로 각각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5개의 섬이 되는데 가족섬, 우정섬, 엉뚱섬, 하키섬, 정직섬 5개가 만들어 진다. 기쁨이는 라일라의 기억 구슬들이 기쁨을 나타내는 노란색 구슬이 많아지도록 노력한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부모님 밑에서 자란 라일라는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는 밝고 정직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을 가진 하키를 좋아하는 소녀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일리네 가족은 정든 미네소타를 떠나 이사를 가게 된다. 새 집에 대한 기대에 부불어 있던 라일라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집과 생활환경을 보고 실망하지만, 계획한 일이 엉망이 된 바쁜 부모님을 생각해 일부러 자신을 감정을 숨기고 밝은 척 생활한다. 기쁨이는 우울해하는 라일리를 위해 필사적으로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노력한다. 하지만 바뀐 학교에서의 첫날, 라일리는 자기소개를 하다 우울해지고 결국 눈물을 보이기까지 한다. 같은 시각,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는 친구들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라일리를 위해 미네소타에서의 행복했던 기억을 상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라일리가 눈물을 보이다니! 서둘러 기억 구슬을 보니 슬픔이가 그 구슬에 손을 대어 즐거웠던 기억이 슬픈 기억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기쁨이가 엉망진창이 된 상황을 수습하기 더 이상 슬픔이가 구슬에 손을 댈 수 없게 하려다 핵심 기억구슬을 떨어뜨리게 되고 슬픔이와 함께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떨어져 나오는 일이 발생한다. 그 바람에 라일라의 성격섬들이 꺼지게 되고 라일리는 아무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되어 버린다.
감정 컨트롤 본부의 위기
본부에서 떨어져 나온 기쁨이는 5개의 핵심 기억 구슬을 소중히 품에 안고 슬픔이와 함께 본부를 향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핵심 기억 구슬의 부재로 라일리의 성격섬들이 하나씩 무너져 가고 본부로 갈 길을 찾아 헤매던 그들은 어릴 적 라일리의 상상친구였던 '빙봉'을 만나게 된다. 빙봉은 솜사탕 몸으로 꼬리는 고양이 얼굴은 코끼리로 되어 있다. 기쁨이와 슬픔이가 본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알려주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그 사이 라일리는 정든 미네소타로의 가출을 시도한다. 엄마의 지갑에서 몰래 돈을 훔쳐 미네소타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가까스로 본부에 돌아갈 방법을 찾은 기쁨이는 슬픔이가 라일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슬픔이를 버려두고 혼자 돌아가려 하다 기억 매립장에 떨어지게 된다. 그곳에서 기쁨이는 라일리에게 슬픔도 꼭 필요한 감정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는 기쁨이를 위해 빙봉이 자신의 희생하며 기쁨이를 탈출시키고 , 본부로 돌아갈 방법을 찾게 된 기쁨이는 슬픔이를 데리고 본부로 돌아가는 데 성공한다.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 채 버스에 올라탄 라일리를 위해 슬픔이가 나서게 되고 그 순간 라일리도 정신을 차리게 된다. 집으로 돌아간 라일리는 자신을 걱정하던 부모님께 자신이 어떤 기분인지를 솔직히 이야기하게 되고 부모님은 그런 라일리를 꼭 껴안고 위로해 준다. 전보다 더 크고 튼튼한 가족섬이 다시 탄생된 것이다. 이윽고 라일리는 12살이 되었다. 그동안 라일리의 섬은 여러 개가 더 늘었다. 전만큼 밝고 행복한 아이로 여전히 하키를 즐기는 아이로 성장한 것이다. 라일리의 기억 구슬은 이제 단색이 아닌 여러 색이 섞여 있는 구슬이다. 라일리의 감정들은 한층 더 성장했고 서로 잘 어우러져 감정적으로 튼튼한 라일리가 된 것이다. 앞으로 많은 일들을 겪게 되면서 라일리는 한층 더 단단하게 성장할 것이다.
기쁨과 슬픔은 공존한다
"내일도 행복한 하루가 되게 해 줄게. 약속해." 기쁨이는 라일리가 행복하길 바라며 그렇게 되도록 열심히 노력한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슬픔이는 도무지 왜 존재하는지 모르는 감정이다. 그래서 라일리가 샌프란시스코로 이사와 우울해했을 때 기쁨이는 슬픔이를 원 안에 가둬놓고 나오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쁨이는 기억 매립장에 떨어져 잊혀져 가는 기억들을 되새겨 본 후에야 슬픔이 있어야 진정한 기쁨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 대부분은 눈물을 흘리는 행동을 나약한 행동으로 생각해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 한다. 우울하고 슬픈 감정은 외면하거나 꽁꽁 싸매어 가슴속 저기 어디쯤에 던져버리고 알아서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감정은 감춘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슬픈 감정을 인정하고 용기 내어 자신이 슬픔을 느끼게 된 원인을 찾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고 또 타인에게 위로 받으면며 찾아오는 다른 감정들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속에서 라일라가 시합에서 진 것에 슬픔을 느꼈지만 부모님의 따뜻한 위로로 가족의 사랑을 느껴 행복했던 것처럼 말이다. 섞이지 않을 것 같던 기쁨과 슬픔은 행복의 정도만 나타낼 뿐 공존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우리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어떠한 감정이 생기더라도 피하지 말고 그 감정에 충실해 보는 것이 어떨까.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 영화 <국제시장(Ode to My Father,2014)> (0) | 2023.06.18 |
---|---|
실화라 더 가슴 아픈 영화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 2005)> (0) | 2023.06.15 |
특별한 사랑 그리고 평범한 이별,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 (1) | 2023.06.09 |
뮤지컬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영화 "맘마미아(Mamma Mia, 2008) (2) | 2023.06.08 |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그들, 영화 "국가대표(Take Off, 2009)" (0) | 2023.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