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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별한 사랑 그리고 평범한 이별,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

by 뽀로모로 2023.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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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은 일본 오사카 출신의 소설가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이누도 잇신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연애에 관한 9가지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집은 출간 시(1985년)에도 큰 사랑을 받았지만 2004년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타이틀로 영화가 제작되어 더욱더 주목을 받았다. 제8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상영된 이후로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진 꾸준한 인기로 2016년 '내 생애 잊지 못할 사랑영화 1위'에 선정되어 재상영되었고 4년 후 2020년 CGV 단독으로 재상영되기도 하였다. 2020년 국내에서 <조제>라는 제목으로 배우 한지민과 남주혁이 주연을 맡아 리메이크 영화가 제작되었고, 2021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명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 작품, 32페이지 정도의 짧은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여기서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녀와의 첫 만남

마작방에서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는 게임에 참여했다 새벽에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사람들은 유모차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무척 궁금해한다. 사장의 강아지를 산책시키게 된 츠네오는 우연히 그 소문의 유모차를 보게 되고 그 안에 있는 쿠미코(이케와키 치즈루)를 만나게 된다. 쿠미코는 하반신을 사용할 수 없어 걷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그녀는 바깥출입은 거의 하지 않은 채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 그녀가 좋아하는 건 요리와 독서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쿠미코를 위해 할머니가 밖에서 책을 주워다 주신다고 한다. 그렇게 첫 만남을 가진 후 츠네오는 가끔 쿠미코의 집에 놀러 가고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친해지게 된다. 쿠미코는 자신을 조제라고 소개하는데, 이 이름은 그녀가 읽은 소설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다. 조제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츠네오는 사회복지단체를 통해 조제의 집을 수리하는데 이곳에 츠네오와 공식적인 연인 관계를 아니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친구 카나에(우에노 주리)가 나타난다. 카나에와 츠네오의 대화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듣고 상처를 받은 쿠미코는 마음을 닫고 츠네오와의 만남도 거부한다. 그렇게 둘 사이는 멀어졌고 카나에와 츠네오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츠네오는 카나에와 함께 있어도 마음이 허전했다. 취업을 위해 조제의 집을 수리했던 회사에서 면접을 보던 중 조제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츠네오는 면접도 마치지 않고 조제에게로 향한다. 그렇게 다시 만난 두 사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조제의 집에서 같이 살게 된다. 

 

나의 사랑만큼은 진심이다

 

우여곡절 끝에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두 사람은 다른 연인들과 같이 행복한 일상을 보내게 된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가장 무서워하는 걸 보러 가고 싶다고 하여 둘은 호랑이를 보고 온다. 만난 지 1년 정도 되었을 무렵, 츠네오는 가족 제사에 참석하여 조제를 가족들에게 소개해 주기로 마음을 먹는다. 처음으로 여행을 가게 된 조제는 물고기가 보고 싶어 수족관을 찾아가지만 휴일이어서 보지 못한다. 조제의 화장실 문제로 휴게소에 도착하고 익숙하게 조제를 등에 업는 츠네오는 휠체어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조제는 휠체어가 필요 없다고 말을 한다. 조제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츠네오는 동생에 전화를 해 참석하기 어렵다는 말을 한다. 동생은 알겠다고 대답하면서 그에게 지쳤냐고 물어본다. 동생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은 츠네오. 조제가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 그녀를 껴안는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조제.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금이 생겼음을 느끼게 된다. 바다로 행선지를 바꾼 그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물고기를 테마로 한 모텔에서 잠을 잔다. 몇 달이 지나 둘은 헤어지게 된다. 담담하게 조제와 헤어지고 나오는 길에 츠네오는 자신이 도망쳤다고 말하며 오열한다. 집에만 있던 조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오며 일상을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간다

 

불편한 다리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던 조제는 츠네오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기에 떠나는 그를 붙잡지 않고 담담하게 보내준다.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지 않았을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슴이 아리다.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서로를 알아가며 평범하지 않은 연인 관계가 되고 평범한 이별로 헤어지게 되었다. 이제 두 사람은 이별을 간직한 채 평범하게 생활하다 다른 누군가를 만나 다시 사랑을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다시 올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이별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별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아내어 마음이 더 적적해지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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