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 영화 <국제시장(Ode to My Father,2014)>

 

영화 <국제시장>은 2014년 12월 17일에 개봉하여 1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부산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하여 아버지 대신 가족의 가장이 된 한 남자의 삶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는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그리고 이산가족 찾기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가족의 부양을 위해 자신의 꿈도 버린 채 고군분투하는 그 시대의 아버지 상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평론가들과 관람객의 평점에서 많은 차이가 나지만, 힘든 시기를 살아오신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주는 영화로 흥행에 성공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가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이 제일 우선이다

 

주인공 덕수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세명의 동생들과 함경남도 흥남에서 살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 중 12월 중국군의 개입으로 상황이 불리해진 미군과 한국군이 흥남항에서 선박으로 철수하게 된다. 막순이의 손을 잡고 가족과 피난길에 나선 덕수는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아호에 타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중 막순이의 손을 놓쳐 잃어버리게 되고 이 사실은 알게 된 아버지가 덕수에게 남은 가족들을 부탁하고 막순이를 찾아 떠난다. 어머니와 동생 두 명과 함께 부산 국제시장에서 잡화점 꽃분이네를 운영하는 고모(라미란 분)를 찾아간 덕수는 그곳에서 아버지가 돌아오시기를 기다린다. 친구 달구(오달수 분)를 만나 구두닦이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틈틈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그러다 서울대에 합격한 남동생이 등록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하고 독일에 광부로 지원하겠다고 하자 덕수는 본인이 독일로 떠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친구 달구와 함께 파독광부로 지원해 시험에 합격하고 독일로 간다. 하지만 광부의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이를 악물고 가족들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티던 그는 그곳에서 간호사로 지원한 영자(김윤진 분)를 만나게 된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던 그들은 덕수가 갱도에 매몰되는 사고를 당하고 비자가 만료되어 한국으로 돌아오며 헤어지게 된다. 3개월이 지난 후 덕수의 아이를 임신한 영자가 한국으로 들어오고 둘은 결혼식을 올린다. 

 

가족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낸다

 

그렇게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던 덕수는 여동생이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데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하소연을 듣게 된다. 그 와중에 고모가 돌아가시며 남긴 가게를 고모부가 다른 사람에게 판다는 걸 알게 된 덕수는 그 가게를 인수하기로 마음먹고 가족을 위해 전시 중인 베트남으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 덕수가 걱정된 아내 영자는 이제 그만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자신을 위해 살라고 하지만 덕수는 아버지가 남긴 말을 지켜야 한다며 이를 거절하고 베트남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위험한 순간을 몇 번이나 겪어야 했고 결국 한쪽 다리를 잃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덕수의 희생으로 여동생 결혼식도 무사히 치르었고 고모의 가게도 인수하게 되었다. 안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살던 어느 날, KBS방송에서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을 본 덕수는 친구 달구와 함께 잃어버린 아버지와 막순이를 찾기 위해 서울로 떠난다. 오랜 기다림에 미국으로 입양된 막순이를 찾을 수 있었지만 끝끝내 아버지는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눈물의 재회를 하게 되고, 어머니는 이듬해에 돌아가신다. 시간이 흘러 덕수와 아내 영자는 나이가 들고 자식들이 결혼하여 많은 손주들도 보게 된다. 다들 거실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때 덕수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오열한다. 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과 그렇게 하기 위해 자신이 정말 힘들었다는 고백을 하면서 말이다. 덕수의 방에 걸려 있는 거울 속에서 덕수는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고 그의 앞엔 아버지가 서 계셨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덕수를 꼭 안아주는 아버지. 덕수는 아내 영자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것 같으니 이제 꽃분이네 가게를 팔아도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지금의 행복은 누군가의 희생에서 비롯되었다

 

영화 <국제시장>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감동이 있는 작품이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가장의 모습을 통해 우리 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고, 서로를 지켜 가는 모습을 보며 가족 간의 사랑과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영화 거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한 프레임에 덕수의 방과 거실의 모습이 같이 보이는데 덕수는 홀로 방에서 아버지의 저고리를 붙들고 오열하고 있고, 거실에 있는 가족들은 한없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행복은 누군가의 희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망각하지 말아야겠다. 오늘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분께 힘내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