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Like Father, Like Son, 2013)"는 아버지와 자식 간의 이야기를 담은 가족 영화이다. 고레에다 감독이 일이 바빠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집에는 잠만 자러 들어오는 생활을 하였는데, 어느 날 다시 일을 하러 나가는 아빠에게 "다음에 또 놀러 오세요"라는 인사를 하는 딸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잔잔한 스토리와 감동이 있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관해 소개하고자 한다.
화목한 가정 그리고 거짓말 같은 현실
11월의 어느 날 케이타의 가족이 사립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면접을 보고 있다. 바른 자세로 흐트러짐 없이 침착하게 면접에 임하는 료타의 가족. 료타는 아들 케이타(6살)의 온순한 성격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런 성격 때문에 승부욕이 없는 것을 단점으로 지적한다. 케이타는 아빠와 캠핑장에서 연날리기를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라 답하지만 실은 학원 선생님이 알려주신 모범 답안이었다. 사실 항상 일이 바쁜 료타는 6년째 제대로 된 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성공한 건축가로 고급 맨션에서 아내 미도리와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린 그는 케이타의 교육에 정성을 쏟지만 승부욕이 적고 마냥 순진한 아이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타를 낳았던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뒤바뀌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듣게 된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유전자 검사로 본인의 아이가 아님을 확인하게 되었고 자신의 혈육과 키운 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중에도 자신처럼 승부욕이 강하고 자신감 있는 성격이 아닌 케이타가 자신의 아이가 아닌 것에 대해 "역시 그랬군.."이라는 말로 안도감을 느낀다. 며칠 뒤 자신의 친아들인 류세이를 키우고 있는 유다이와 그의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낙후된 지역에서 전파상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도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하지 않는다'며 게으르며 위자료에만 관심이 많아 보이는 그의 겉모습에 실망한다.
마음으로 키운 아이와 친아들
아이들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던 어느날, 직장상사가 두 아이 모두를 데려오는 건 어떠냐는 말에 료타는 변호사 친구에게 양육권 박탈이 가능한지 문의하고 안되면 돈을 주고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유다이는 가정적으로는 훌륭한 아버지로 아이들과 자주 놀아주며 사랑으로 대해주는 아버지이다. 몇 번의 만남으로 료타의 가진 잘못된 가치관을 알게 된 그는 '아버지 노릇을 귀찮아하면 안 된다. 아버지도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없는 일이다'라며 조언을 해준다. 이후 장인어른을 위해 음식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료타가 홧김에 돈은 달라는 대로 줄 테니 아이들 둘 다 자신에게 달라고 하자 료타의 머리를 한 대 때리며 아이들은 돈을 내고 사는 게 아니라고 화를 내며 돌아간다. 료타가 의도한 대로 아이들 모두를 데리고 오는 일은 실패하였지만 대신 주말마다 아이들을 교환해서 생활해 보는 걸로 양가 합의가 되어 그렇게 하였지만 예상했던 것만큼 류세이와의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과의 만남에서 길러 준 정보다는 혈육이 더 중요하는 아버지의 충고를 듣게 되고 피로 연결되어 있으니 금방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에 류세이와 케이타를 맞바꾸며 결국 혈육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케이타에게는 강해지는 미션이라며 유다이 집에 가서 잘 지내고 전화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아이 눈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
이렇게 돌려 받은 친아들 류세이지만 생활환경이 전혀 다른 두 집이었던 터라 류세이는 적응하지 못하고 몰래 도망쳐 원래 살던 집으로 도망가는 일이 발생한다. 어렸을 적 엄마를 찾아 가출했던 경험이 있던 료타는 류세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부성이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님을 깨닫게 된다. 류세이와 키를 맞춰 놀아주고, 캠핑을 하는 등 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해보며 아버지의 모습을 배워 나간다. 그렇게 지내던 중 자고 있는 아이의 사진을 찍기 위해 꺼내든 사진기에서 케이타가 남기고 간 사진들을 발견하게 된다. 자고 있는 아빠 사진이 대부분이었던 그나마 케이타를 보내기로 했을 때 함께 했던 놀이터에서 찍은 사진 한 장과 티비를 보는 료타의모습을 찍은 사진만이 그가 깨어있는 모습이었다. 항상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의 마음과 아이 눈에 비친 아버지로서의 자신이 모습이 어떠했는지 비로소 알게 된 그는 소리 없이 울음을 삼키며 울었다. 결국 유다이의 집으로 가서 케이타를 만나려 하지만 이미 큰 상처를 받은 케이타는 료타를 보자마자 집 밖으로 도망치게 된다. 그 뒤를 료타는 말없이 쫓아간다. 한참을 가다 두 갈래길이 나오고 케이타는 위쪽, 료타는 아래쪽 길로 나란히 걷게 된다. 아이의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걸으며 케이타는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료타는 울며 케이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두 갈래길은 결국 하나로 이어지게 되고 료타는 케이타를 꼭 끌어안는다. 료타와 케이타 그리고 미도리는 유다이의 집으로 들어간다.
처음부터 좋은 부모는 없다
자라온 환경, 생활방식이 전혀 다른 남여가 만나 깊은 관계를 맺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려 노력하여 결국 가정을 이룬 것처럼 가족을 이룬 내 아이와도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처음부터 좋은 부모는 없다. 관계는 분명 돈으로 살 수 없다.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시간을 두고 쌓아야 하는 과정과 신뢰라 생각한다. 자신의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게 하기 힘들다면 먼저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타인을 이해하는데 관대한 사람들이 정작 가족에게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열린 결말로 어떤 내용이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서로의 집을 왕래하며 두 가족이 함께 시간을 나누며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잔잔하지만 감동 깊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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